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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체 미생물과의 전쟁은 그만

등록자신○○

등록일2014-10-10

조회수178,901

[칼럼]인체 미생물과의 전쟁은 그만
강명신의 NYT읽기

 

‘인간지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등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규모 면에서 작지만, NIH와 몇몇 대학 연구소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색다른 프로젝트인 ‘Human Microbiome Project’이 진행 중이다. 지놈(Genome)이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 한 벌을 뜻한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신체에 사는 미생물 전체와 이 미생물들의 지놈을 이른다. 이 프로젝트는 신체 세균의 지놈을 확인하고 건강과 질병에서 이들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1년 동물학 저널인 에 관련 논문을 게재한 보쉬( T. C. G. Bosch)박사의 말대로, 유전체학(Genomics)과 생태학이 빠르게 융합되면서, 생물 커뮤니티의 적응과 그들 간 상호작용 이면의 분자유전학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있다. 세균의 동정과 배양에서 나아가 세균 지놈을 분석하는 세균 유전체학과, 인체의 표면과 내부에 사는 세균의 생태학의 융합을 통해서 말이다.

5월 중순 뉴욕타임스 커버스토리에는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언론학 교수 마이클 폴런(Michael Pollan)이 우리와 신체를 공유하는 유기체에 대해 쓴 글 ‘세균도 내 절친이다’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폴런 교수는 자신을 개별 인간이라기보다는 수퍼유기체로서 일인칭복수형으로 칭하기 시작했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 시민과학운동 American Gut Project의 일환으로 보울더 소재 콜로라도 대학교 생명프론티어 연구소(BioFrontiers Institute의 실험실로부터 자신의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시작했다고 한다.

인체에는 사람 세포 10배가 넘는 세균 세포들이 있다. 무게로는 다 해봐야 200g이지만 수로 따지면 인체 생태계의 10분의 1이다. 그래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새로 발견한 인체의 기관’이라고 부르거나, 마이크로바이옴 지놈을 ‘제2의 지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제 2의 지놈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못지않게 혹은 더 크게 우리 인체 건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미생물학자 저스틴 소넨버그(Justin Sonnenberg)는 인체를 “거주하는 미생물의 성장과 확산을 위해 최적화된 정교한 장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체를 유전자 확산을 위한 그릇으로 보는 다윈의학의 콘셉트에 빗댄 것이다.

인체 생태계의 이상은 세균다양성 감소와 “엉뚱한”미생물의 증식으로 대별되는데, 이것이 비만이나 몇몇 감염질환, 그리고 광범위한 만성질환의 선구요인이 된다고 보고 연구하고 있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 difficile)이라는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으로 인한 문제를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장세균이식(fecal transplants)’을 통해 옮겨주면 치료된다는 보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마른 의사의 장내세균을 대사성증후군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시도로, 환자의 인슐린 민감도가 놀랄 정도로 개선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한다. 우리와 공존하는 미생물은 면역계의 훈련과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 자가면역질환 급증을 우리 신체와 공진화(co-evolution)해 온 ‘오래된 친구들’의 태고적 관계가 깨져서 생긴 것으로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한다.

이 연구 움직임 역시 의학에 떠오르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지놈프로젝트 연구자들이 곧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지나친 낙관론을 퍼뜨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 분야 연구자들은 이 방면은 초창기이고 연구결과가 축적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한다. ‘정상’ 지놈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들도 ‘건강한’ 세균총을 뭐라고 말할 수 없노라고 말한다. 콜로라도 대학교 캐서린 로주폰Catherine Lozupone) 박사는 2012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 “인체 장세균총의 다양성, 안정성, 탄력성” 제1저자로서 장의 세균총을 하나의 생태계로 접근하고, 어떤 상태를 건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시간결과에 따라서 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요인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학 이론에 세균과의 전쟁이라든지 세균박멸 등 전쟁 메타포들이 창궐했는데, 이제 이런 연구 움직임을 통해서, 인체 내 세균을 인간과 인체라는 생태계를 공유하는 서식자로 보는 관점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NIH 줄리 박사의 말처럼 의사, 미생물학자, 실험실 기사의 공동작업을 통해 의료에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폴런 박사의 말처럼 세균에 대한 강박적 통제(governing)이 아니라 인체 세균들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종의 ‘정원돌보기(gardening)'식의 세균 관리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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