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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미생물로 만든 치료제 나오나( 식품 알레르기 치료 효과 나타내는 세균 밝혀져)

등록자신○○

등록일2015-02-04

조회수190,570

장내미생물로 만든 치료제 나오나


식품 알레르기 치료 효과 나타내는 세균 밝혀져

 

 

인간의 위장관은 미생물이 서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장소다. 따라서 위장관에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약 1000조 개의 미생물이 득실거린다. 이것들을 통틀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도와주고 면역계를 유지하는 역할은 물론 식습관에서부터 체중 및 알레르기, 자폐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에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주로 개인의 식생활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예를 들면 육류의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지방을 주로 섭취하는 미생물이 많아지는 식이다. 이처럼 지방을 좋아하는 장내 미생물이 많아질 경우 자신의 신호전달물질을 방출해 자꾸 지방 성분을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장내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위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음. ⓒ ScienceTimes

최근 장내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위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음. ⓒ ScienceTimes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인간의 유전자도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몸에 좋은 장내 미생물이 많은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위장관 세균이 유전적으로 통제된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코넬대학의 루스 레이 교수팀에 의해 주도된 이 연구는 약 490쌍의 일란성 쌍둥이 및 이란성 쌍둥이가 포함된 1천여 개의 대변 샘플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샘플에서 검출된 DNA를 분석한 결과 9600가지의 유전적으로 독특한 미생물종들이 발견됐다.

그중 대부분의 미생물종들은 환경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독 몇 가지 종들은 숙주의 유전자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란성 쌍둥이들보다는 일란성 쌍둥이들에게서 그것들이 더 자주 발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일란성 쌍둥이들의 유전적 구성이 위장관의 생리학이나 생화학에 영향을 미쳐 특정 미생물의 증식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종의 미생물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본 선행연구들에서는 유전자와 다양한 미생물 구성 간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루스 레이 교수팀은 종별 접근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이 같은 증거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 미생물이 혈뇌 장벽 강화해줘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역할도 발견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스벤 페테르손 박사팀은 장내 미생물이 혈뇌 장벽을 강화해준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달 19일에 발표했다. 혈뇌 장벽이란 뇌로 가는 모세혈관 벽의 내피 세포들이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화학물질이 뇌로 들어갈 수 없게 차단하여 뇌를 보호하는 기제를 말한다.

먼저, 연구진은 멸균 환경에서 사육해 체내에서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는 무균 생쥐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경우 성체가 되어서도 혈뇌 장벽이 완전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정상적인 생쥐에게서 채취한 위장관 세균을 2주간 넣어 주자, 너덜너덜하던 혈뇌 장벽이 완전해졌던 것.

그럼 장내 미생물이 과연 어떻게 혈뇌 장벽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위장관 세균은 자신들이 생성한 부산물인 단쇄지방산을 통해 위장관 벽의 충실성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무균 생쥐에게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세균과 만들지 못하는 세균으로 각각 감염시켰다.

그러자 단쇄지방산을 만드는 세균에 감염된 생쥐에게서만 혈뇌 장벽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따라서 연구진은 단쇄지방산이 혈류로 들어가 혈뇌 장벽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혈뇌 장벽의 폐쇄를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혈뇌 장벽이 약화되어 뇌기능 저하가 일어날 경우 다발성경화라는 질병이 발생한다. 현재 신경생물학자들은 다발성경화가 변덕스럽게 진행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혈뇌 장벽을 변화시켜 뇌를 손상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장내 미생물 연구 분야의 새로운 지평 열어

장내 미생물군이 인체의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따라서 그 같은 연구결과들이 인간을 위한 치료제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예를 들면 생쥐의 위장관 세균을 제거했더니 식품 알레르기가 발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알레르기를 예방해주는 세균의 종류는 무엇이며 그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식품 알레르기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장내 미생물의 정체와 그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는 시카코 대학의 캐슬린 내글러 교수로서, 그녀는 지난 2004년 ‘마우스의 위장관 세균을 제거했더니 식품 알레르기가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내글러 교수팀이 알아낸 특정 위장관 세균은 ‘클로스트리디아’로서, 포유류의 위장관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흔한 세균이다.

연구진은 클로스트리디아가 들어 있는 물을 알레르기 모델 생쥐의 입과 위장에 주입한 결과, 식품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클로스트리디아 대신 다른 흔한 공생 세균인 ‘박테로이데스’를 알레르기 모델 생쥐에게 주입한 결과, 알레르기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생쥐를 좀 더 자세히 연구한 결과, 클로스트리디아가 위장관에서 특정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고 땅콩 알레르기의 원인 단백질이 혈류 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뉴욕대학의 미생물학 교수로서 감염질환 전문가인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내글러 교수의 궁극적 목표는 장내 미생물을 조작함으로써 알레르기 발생 과정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클로스트리디아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인체에 이로운 미생물을 뜻함)를 알레르기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내글러 교수와 시카고대학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으며, 임상시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검증한 다음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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