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장내 공생미생물 연구의 중요성
윤상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微生物) 중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마 세균(細菌, bacterium)일 것이다. 세균은 식중독이나 폐렴과 같은 무서운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기에, 무조건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규 항생제 개발을 위한 광범위한 투자가 미약하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는 대체 감염 치료 전략의 수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이 매우 많이 존재한다. 환경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몸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10배 정도 많은 수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500에서 1000 정도의 서로 다른 종들이 공생미생물 균총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공생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우리 몸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보다 약 1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생미생물은 우리 몸의 장 안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장내에 존재하는 공생미생물은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 소화 효소 및 비타민들을 만들어 우리 몸에 제공해 준다. 이외에도, 장내 공생미생물은 장내 면역 시스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오염된 음식을 통해 유입되는 병원성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억제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장내에 어떤 종류의 공생미생물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비만, 당뇨, 염증성 장 질환, 아토피, 천식과 같은 다양한 인체 질환의 발병 정도가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1세기 의과학 연구는 인체의 생명 현상을 인간의 유전자 및 유전체에서 비롯된 현상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인체 내에 공생하는 다른 계(界, Kingdom)의 생명체들과의 생물계간 상호작용(Inter-Kingdom Interaction)을 통해 나타나는 생명 현상을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이른바 'One-Health System'의 개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미국에서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2,000억 원이 투입된 인체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 'Human Microbiome Project(HMP)'단계 연구가 마무리 되었으며, 2단계 연구가 2013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본 연구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추격형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앞으로 정부 주도의 많은 연구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건강한 장 속에 있는 공생미생물 군집을 배양해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층 더 인간의 공생미생물 군집 조절을 통해 질병 치료 및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연구 추진을 통해 면역 증진 공생 활성제 및 항생제 비의존성 감염 억제제 개발이 가능해 질 것이며, 건강 장수 시대 구현을 위한 한국인 특이 식품/의약품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공생미생물의 분포 조성을 개인별로 진단하여 알려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관련 질병의 발병률 예측 및 사전적 대응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내 공생미생물 연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미생물학, 인체생리학, 면역학 등 관련 학문의 통합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되었다. 인체 친화적 질병 치료를 위한 장내 공생미생물 연구의 국민적, 국가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2015.1.13 디지털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