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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 내 몸안의 미생물

등록자신○○

등록일2015-06-17

조회수169,768

 

공생 : 내 몸안의 미생물 

 

 

 

최근 과학계에서는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미생물’일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가 자주 등장한다. 숙주 역할을 하는 사람 등의 행동, 성격 등이 ‘나의 의지’가 아니라 ‘미생물’의 조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기존에 알려졌던 몇 백 종이 아니라 1만여 종, 여기 담긴 유전자는 800만 개(인간의 360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미생물 숫자는 약 100조 마리, 우리 몸의 전체 세포 수 보다 많고 무게는 1.3~2.3㎏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간 세포보다 크기가 훨씬 작기 때문에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체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은 50% 이상이 이들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팔꿈치와 입속 등 부위마다 분포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며 사람마다 살아가는 미생물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음식과 나이에 따라서도 미생물이 달라진다.
미생물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근래에 밝혀지기 시작한 사실이다.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천식,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심지어 비만까지도 체내 미생물 분포와 관계가 깊다. 이를 두고 인간은 산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물체의 군집이라는 이론, 인간과 체내외 미생물을 합쳐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과학자들은 모유 속에서 무려 600종의 세균과 함께 아기는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당분은 바로 세균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유는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균도 먹여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장 속 박테리아를 위한 비밀 장소도 마련돼 있다. 우리가 흔히 맹장이라고 부르는 ‘충수’인데 대장 끝에 달린 조그만 꼬리 같은 기관인 충수는 오랫동안 필요 없는 기관이라고 생각돼 왔다. 그런데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결과, 이곳이 착한 박테리아가 숨는 공간이라는 게 밝혀졌다. 설사 같은 병이 나서 장 속의 박테리아가 모두 비워질 때, 일부 박테리아들이 충수에 숨어 있다가 병이 낫고 나면 장 속을 차지한다.

대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제3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일들을 한다. 몇가지 비타민을 만들고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얻는 에너지의 10~15%는 장 속 박테리아가 소화시켜 준 것이라고 한다. 세균은 이들 영양소를 섭취해 증식하고 세균이 내놓는 배설물은 다시 장 속으로 배출된다. 이런 세균 유래 유기산은 흡수되어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개를 포함한 일부 동물들은 자기의 변을 다시 먹음으로써 비타민을 보충한다. 토끼도 똥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용한 세균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어미 토끼는 이것을 새끼에게 먹임으로써 소화기능을 전달한다.

그래서 장 속 박테리아는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장 속 박테리아의 98%는 ‘펄미큐티스’라는 박테리아와 ‘박테로이데티스’ 박테리아로 나눌 수 있는데. 비만 생쥐에게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많다고 한다. 또 정상 생쥐의 장에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넣었더니 비만 생쥐가 되었다. 이건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부숴서 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 속에 사는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조절하면 살을 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데노바이러스 36(AD-36)이라는 바이러스도 사람 및 동물의 체중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효나 독성이 나타나는 것도 우리 몸 안의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 약효 성분의 상당수는 식물체 내에서 배당체로 저장돼 있다. 배당체란 약효 성분이 물에 잘 녹는 포도당 같은 당분자와 결합된 형태로, 원래 불용성인 약효 성분이 세포액에서 녹을 수 있게 돼 저장이 쉬워진다.
그런데 약효 성분을 복용해도 배당체 상태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 배당체는 덩치가 커 세포막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해결사가 비피더스같은 장내 세균들이다. 이들은 약효 성분에서 당분자를 떼어내는 효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심제로 쓰이는 디지털리스나 인삼의 효과도 장안에 미생물이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배당체일 때는 독성이 없다가 장내 세균이 당을 떼어내면서 독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철나무 열매에는 시카신이라는 배당체가 있는데, 장내에서 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MAM이라는, 암과 신경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바뀐다.

인체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들은 외부의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우리 몸의 면역계와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셈이다. 여성의 질 속에는 다양한 균들이 살고 있는데, 건강한 질의 환경유지에는 락토바실러스같은 유산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균들의 분포가 파괴되면 질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피부에도 포도상구균 등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평상시 병원성 균이 피부에 서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몸을 깨끗이 한다고 이들 세균을 없애버리면 위생은 커녕 병원균의 침입을 받아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피부에 사는 어떤 세균은 보습 효과를 낸다. 이 세균은 피부 세포가 분비하는 왁스질의 분비물을 먹고 사는데, 수분 층을 만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킨다. 우선 피부에 사는 착한 박테리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피부에 해로운 병원균이 살지 못하게 쫓아내거나, 피부에서 나오는 지방을 분해해서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샤워를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착한 박테리아를 해쳐서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세균은 결코 퇴치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유기농업과 비슷하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의 뿌리에 난 혹에서 사는 박테리아인데요. 이들은 공기 속에 있는 질소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콩에게 질소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영양소와 산소를 얻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제 다 알려지게 됐다. 그 중 세균으로부터 온 유전자가 2백개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속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의 DNA가 전체 DNA의 1-2% 정도라고 한다. 이 사실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던 미생물들의 유전자가 세포 속으로 들어와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즉, 미생물과 사람 간에 서로 유전자까지도 교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구 생명의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의 모든 동식물 유전자의 조상도 미생물 유전자로부터 진화해온 것이니 미생물과 우리는 좀 더 큰 생명 체계의 운행에서 같이 어울려 순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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