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뉴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진, 대장균 등 대상 실험

»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 대장균들이 결핍된 영양분을 얻고자 이웃 대장균들과 나노관으로 연결망을 이루고 있다. 출처/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굶주린 박테리아가 주변 박테리아와 이른바 ‘나노 관(nanotube)’을 연결해서 양양분을 교환하는, 미생물 세계의 독특한 현상이 관찰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박테리아들끼리 가는 관을 만들어 서로 연결한 다음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아미노산 같은 대사산물을 교환하는 현상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보고했다.

논문 초록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보도자료를 보면, 각각 특정한 아미노산을 생산하지 못하는 대장균들은 세포막에서 뻗어나가는 작은 관을 이웃 박테리아과 연결해 서로 필요한 영양분을 관을 통해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물들 사이에 필요한 영양분을 교환하는 일은 자주 관찰되지만 이번처럼 세포 대 세포의 관을 직접 연결해 영양분을 주고받는 방식은 새롭게 관찰된 것이다. 관을 통한 영양분 교환 방식은 박테리아가 대사산물을 세포 밖으로 분비해 확산함으로써 이웃 박테리아에 공급하는 방식에 비해서 손실이 적어 훨씬 효율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 나노관으로 연결해 필요한 영양분을 교환하는 대장균들. 출처/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토양박테리아인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baylyi)와 내장박테리아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우선 실험을 위한 상황을 만들었다. 두 박테리아 종이 어떤 한 가지 필수 아미노산만은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서 다른 아미노산들은 더 많이 만들어내도록 유전자 변형 돌연변이체들을 만들었다. 자신한테 결핍된 아미노산을 다른 박테리아들한테서 공급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두 박테리아 종을 한 공간에 두어 먹이 교환의 과정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이동성을 지닌 대장균은 다른 대장균과 관으로 연결망을 이룬 뒤에 각자 필요한 영양분을 교환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대장균은 심지어 종이 다른 세균인 아시네토박터균과도 연결관을 구축해 영양분을 교환했다. 그러나 이동성이 없는 토양균인 아시네토박터균들끼리는 나노관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아미노산 결핍이 나노관의 생성을 촉발했습니다. 특정한 아미노산 생산과 관련한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다른 박테리아 단세포들에 연결하도록 만든 원인이 된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결핍된 영양분을 벌충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아미노산이 성장배양액에 공급해주면 나노관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나노관 구조 생성이 박테리아 세포가 얼마나 ’굶주렸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막스플랑크 보도자료)

독특한 '생명의 먹이 교환 연결망' 현상을 관찰한 연구자들한테 더 큰 물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제가 보기에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가장 흥미로운 물음은 박테리아가 사실상 단일세포이며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지닌 유기체인가, 또는 박테리아가 서로 달라붙고 그 생화학적 능력을 결합함으로써 복합체(complexity)를 증가시키는 그런 다중세포체(multicellularity)의 어떤 다른 유형을 우리가 사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막스플랑크 보도자료) ◑

  ■ 논문 초록 

박테리아들은 빈번하게 대사산물을 세포 외부 환경에 분비해 확산함으로써 그것을 서로 교환하곤 한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세포 대 세포를 연결해 영양분을 직접 주고받는지는 대체로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우리 연구진은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baylyi)와 대장균(Escherichia coli) 내에서, 그리고 둘 사이에서 교차 먹이공급의 상호작용을 조작함으로써 이런 물음을 다룬다. 여기에서 서로 다른 두 박테리아 종은 호혜적으로 필수 아미노산을 교환한다. 우리는 잘 혼합된 환경에서 대장균이 세포막에서 유래한 나노관을 통해 다른 박테리아 세포와 연결할 수 있으며(아시네토박터균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것을 사용해 세포질 구성성분(cytoplasmic constituents)을 교환함을 입증해 보인다. 세포간 연결은 영양요구성(auxotrophy) 돌연변이들에 의해 일어나며, 아미노산이 외부에서 공급될 때에는 그 연결 구축이 중단된다. 전자 형광 현미경은 박테리아 세포들을 연결하여 세포간에 세포질 물질(cytoplasmic materials)을 이동할 수 있는 나노관 구조의 네트워크를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우리 연구결과는 박테리아가 연결된 세포들 사이에서 영양분을 교환하면서 미생물 커뮤니티 내에서 대사 기능을 분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에 나노관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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