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CE TIMES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한국과학창의재단)
장내미생물도 종다양성이 중요하다! 급속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면서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농사도 넓은 땅에 한 작물만 심지 말고 체스판처럼 교대로 여러 작물을 심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종다양성의 중요성이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에도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의 다양성 여부에 영향을 받는 건 물론 사람이다.
이들은 ‘정량적 메타유전체학(quantitative metagenomics)’이라는 방법을 써서 분변 속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추측했다. 즉, 박테리아 종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므로 DNA분석 결과 확인된 유전자의 숫자를 종다양성의 지표로 삼는 방법이다. 그
결과 장내미생물 다양성은 종모양이 아니라 찌그러진 쌍봉낙타 모양의 패턴을 보였다.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개수 48만개를
기준으로 그 밑은 ‘낮은 유전자수(LGC)’ 집단, 그
위는 ‘높은 유전자수(HGC)’ 집단으로 불렀다. LGC인
사람은 68명으로 전체의 23%였고 224명(77%)이 HGC였다. 그리고 LGC 집단과 HGC 집단의
특징을 추출했다.
식단 조절하면 장내미생물 다양성 회복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를 비롯해 5개 기관이 참여한 두 번째 연구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프랑스인 49명을 대상으로 식단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하자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쌍봉낙타 패턴이 나왔는데, 다양성이 부족한 LGC 집단이 40%를 차지해 역시 앞의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들 역시 HGC 그룹에 비해 대사상태가 안 좋았고 염증 성향도 컸다. 연구자들은 6주 동안 칼로리를 35% 줄인 고단백 식단을 제공했고, 그 뒤 6주 동안 표준식단을 제공했다. 그리고 6주차와 12주차에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미 다양성이 풍부한 HGC 그룹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LGC 그룹은 6주 뒤 유전자다양성이 꽤 높아졌고 그런 상태가 12주 뒤에도 유지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HGC 그룹보다는 다양성이 낮았다. 위의 두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건강 상태가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과 연관돼 있고 따라서 식단 조절을 통한 건강 개선 효과도 부분적으로는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 회복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만 분석해도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추측할 수 있어 이 데이터가 바이오마커로 쓰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눈에도 안 보이는 장내미생물은 장기로 치면 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장내미생물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막강하고 이들을 우군으로 만드는가 적군으로 만드는가는 우리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3. 9.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