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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한국의 MERS

등록자신○○

등록일2015-06-12

조회수131,616

 

연구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한국의 MERS


 

 

 

전세계는 한국의 MERS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최초로 종간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넘어온 과정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이를 밝힐 수 있는 단서는 오리무중이다.

WHO에 의하면,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난 사상 최대의 MERS 병원감염은 지금까지 7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95명을 감염시켰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수백 개의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 비록 병원체인 MERS-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질병(pandemic)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Nature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보건당국이 이번 사태를 신속히 진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응급대응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MERS의 「동물 → 인간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동의 경우, MERS는 낙타에게 일어나는 풍토병이다.) "사실, 이번 MERS 사태의 초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춰져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낙타가 인간에게 또 다시 MERS를 옮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라고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연구자 겸 Public Health England의 의장인 데이비드 헤이먼 박사는 말한다.

WHO에 의하면,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MERS-코로나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1,200명을 감염시켜 그중 45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본래 박쥐에게서 유래하며, 중간 매개자인 낙타를 경유하여 인간에게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MERS는 인간 사이에서 쉽게 전염되지 않는데, 그 부분적 이유는 폐의 깊은 곳을 감염시키는 관계로 기침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MERS 감염은 대부분 대인(對人)감염의 결과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병원의 특정 치료방법`과 `불량한 감염통제 조치`가 결합하여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MERS 사태는 중동에서 돌아온 남성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기 전에 4개의 병원을 전전한 데서 비롯되었다.

바이러스가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대인감염능력을 획득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6월 6일 한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과거 중동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같은 날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별도로 GenBank 데이터베이스에 올린 데이터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본 독일 본 대학교 메디컬센터 산하 바이러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소장에 의하면, 미미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으며 게다가 해당 돌연변이가 MERS의 감염능력에 영향을 미치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 새로운 감염자가 줄줄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MERS는 통제능력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껏 발생한 사례들은 전부 감염경로가 뚜렷하다. 한국 보건당국은 접촉자들을 추적·격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병원에서도 엄격한 감염통제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만약에 이번 사태가 병원 밖에서 발생했다면 걱정거리지만, 그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콜럼비아 대학교의 역학 전문가인 이언 립킨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중동에서는 바이러스가 낙타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03년 글로벌 SARS 통제작전에 참여했던 헤이먼 박사는 중동의 보건당국들에게 「동물 → 인간 감염」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중동의 감염자들을 조사한 연구들은 "낙타의 시체와 접촉하거나 체액(예: 젖, 오줌)을 섭취한 경우, 또는 박쥐의 서식처에 접근한 경우 MERS에 걸리는 것 같다"고 보고하고 있다. "모든 「동물 → 인간 감염」 사례가 분석되지 않아 안타깝다.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이 개인사를 남에게 털어놓는 것을 꺼리는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WHO의 MERS팀을 이끄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말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발생한 MERS 사태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건당국은 `MERS에 대한 연구 및 통제를 강화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드로스텐 박사는 말한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많은 낙타를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인간 MERS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소말리아는 700만 마리, 케냐는 300만 마리의 낙타를 보유하고 있어, 26만 마리의 낙타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색케 하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낙타 간의 MERS 전염사례는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낙타에 관한 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은 같은 입장이다"라고 벤 엠바렉 박사는 말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유독 중동에서만 「동물 → 인간 감염」이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한 가지 가능성은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도 「동물 → 인간 감염」이 발생하지만 불량한 질병감시시스템 때문에 탐지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MERS가 현대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당뇨병이 흔하다). 과학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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