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증훈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 |
"건선치료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나 광치료, 약물치료에 최근의 생물학적 치료제를 포함해 잘 정립되어 있는 편이다. 여러 방법을 잘 사용하면 거의 대부분 환자에서 건선이 좋아질 수 있지만 문제는 환자마다 치료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다르므로 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 방법이 선택될 때까지 잘 참지 못하고, 아직 재발을 막아 내지 못하므로 재발 때마다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병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선치료의 핵심은 약물이라기보다는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선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환자의 마음을 얻는 것. 이것이 이증훈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말하는 건선치료의 핵심이다. 이 교수는 건선치료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건선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연구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44회 유럽피부연구학회(ESDR)에서 발표해 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의 연구가 건선 발생에서 후천성 면역반응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그의 논문은 발병기전에서 선천성 면역반응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건선치료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연구를 통해 세균이나 각질세포의 파괴 과정에서 유래한 여러 핵산이 각질형성세포의 선천성 면역 반응을 통해 피부 염증 반응에 가장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IL-17의 발현을 촉진한다는 것을 밝혔다. 핵산은 NF-kB 전사인자의 활성화를 통해 IL-17의 발현이 조절됨을 확인한 후 각질형성세포 활성화로 분비된 IL-17를 통해 T lymphocyte의 IL-22 발현을 촉진하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명의란 프로그램 좋아하지 않아" 의사에게 뛰어난 손재주나 응급상황에선 재빠른 판단력은 있겠지만 건선 치료에 있어서 노하우란 없다. 건선 치료의 노하우는 교과서와 논문에 있는 것이라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비밀스러운 노하우 같은 것은 없다며 슬며시 웃는다. 질문한 기자의 습성을 부끄럽게 만드는 웃음이다. 그는 명의라는 프로그램을 매우 싫어한다고 했다. 의사 특히 교수라는 직업은 질병을 주제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경험으로 익히면서 에비던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 치료 지식이 생겼다고 판단되면 학회 발표나 논문을 통해 남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지 TV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처음부터 명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부 방송에서 혹은 병원 홍보팀이 명의를 만들어 영웅 심리를 조장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건선은 만성질환…환자교육 중요 건선치료를 하는 의사는 스테로이드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선이 심해 병원에 온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쓰는 것은 상관없지만 계속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먹는 스테로이드는 호르몬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선이 자연히 좋아질 수는 있지만 여러 민간 요법으로 건선은 절대 좋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건선치료를 해 온 전문가인 그에게도 건선은 절대 쉽지 않은 질병이라 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치료법이 어떤 사람에게 유효한지 등에 대한 지침이 없기 때문이란다. 결국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를 의사와 환자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치료의 어려움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건선은 재발을 늦출 수 있지만 재발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 없는 병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건선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만성 재발성 질환인 건선의 치료를 위해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치료하는 것이 장기적인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건선치료 단계는 심하지 않을 때는 국소치료, 좀 더 심하면 광치료, 아주 심하면 전신치료 또는 생물학적 제제를 치료제로 쓴다고 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의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전형적인 건선치료와 비교해 장기 투여 시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치료를 하려면 환자의 건선이 중증도 이상 등 몇 가지 조건이 있고, 약값이 비싸 아직 대중화된 치료법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중증 건선환자에 정부 관심 절실 최근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에서 전신성질환으로 질병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건선이 단기적으로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이라는 얘기다. 건선이 장기화되면서 전신적 염증반응을 방치하게 돼 결국 심혈관계질환이나 대사성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는 "건선환자 중 심혈관질환이 있어 스텐트 시술을 하는 사례가 많고,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며 "건선으로 인한 정신사회적인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막아주지 못하면 우울증 등을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심각한 건선은 희귀질환으로 지정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건선이 10대 말에 발병하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방황하게 되고, 이후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져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